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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부모님의 잔소리도 그리울때가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부모님의 잔소리가 지긋지긋해서 살수가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초등학생부터 20대 청년들까지 공통된 고민이기도 합니다. 30이 되어서도 그런 고민이 있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저 역시도 부모님의 잔소리를 많이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학창시절 부모님의 잔소리가 참 듣기 싫었죠.

그땐 그렇습니다. 부모님의 잔소리를 다 이해하고 부모님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느낀다면 이미 해탈의 경지에 오른거겠죠. 누구나 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은 경우가 많습니다. 나도 할 수 있고 나의 방식이 있는데, 부모님은 왜 그러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요.


저도 결혼해서 아이들 낳고 기르면서 잔소리를 해댑니다. 이 세상에서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님은 없습니다. 우리아이가 곧고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똑 같을 것 입니다. 다만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대부분 부모님의 잔소리는 아이를 위해서, 아이의 행동이나 습관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너무 과해서 부모님의 뜻대로 아이가 자라고, 부모님의 통제속에서만 아이를 키우려 하는 경우는 예외일수는 있습니다. 그럴때는 잔소리가 아니라 강압과 압박이겠죠. 잔소리와 강압을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쉽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부모님의 잔소리는 아이를 위해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언제까지나 잔소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자식이 성장해서 결혼도 하고 애를 낳아서 키웁니다. 그때까지 간섭하면서 잔소리를 하는 부모님도 물론 있지만, 잔소리의 정도는 크게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어머니의 잔소리가 성인이 되어서도 줄어들지 않고 아들을 영향력 안에 두고자만 한다면, 심각한 고부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까지 사사건건 관섭하고 관여하려고 한다면 지나친 부모님의 욕심이므로 어느정도 자제는 필요할 듯 합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간섭일 수 있습니다.




저도 결혼해서 아이낳고, 아이들이 부쩍부쩍 크면서 상대적으로 부모님은 약해지고 연로해 지십니다.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을 간혹 뵙는데, 너무 연약해지시고 부쩍늘은 흰머리와 주름살을 보면 가슴이 아파지기도 하죠. 과거처럼 잔소리를 하실수도 없습니다. 자식이 성장해서 아빠 엄마가 되었는대도 오로지 끼니 잘 챙겨먹고 차조심 하라는 말만 무수히 반복합니다.
 
어찌보면 우스꽝스러운 잔소리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 때쯤 되면 부모님의 반복되는 말을 잔소리라고 느끼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느순간 부모님이 아무리 주문을 많이하고 말씀을 많이 하더라도 잔소리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 때는 이미 내 자신이 그만큼 성장했고 세상을 바라다 보는 안목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언제 느끼느냐가 중요하겠죠. 아주빨리 느낄 수도 있겠고, 아이낳고 아빠 엄마가 되었는데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님의 잔소리는 다 이유가 있고 담겨진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세월이 필요합니다.

지금저는 부모님의 말씀을 당연히 잔소리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그 반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언제까지나 나의 버팀목이나 안전장치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었던 부모님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지켜주고 보살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방문하는 시골집입니다.

요즘은 많이 아프셔서 자주 방문하기는 하는데..그럴때 마다 느낍니다. 제가 부모님을 향한 잔소리가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것이죠.


제발 제때 약좀 드시고, 수시로 운동도 하시고, 친구분들도 자주 만나시고, 아프시면 참지말고 병원에 가시고, 휴대폰 충전좀 미리미리 해두시고 등등 잔소리를 끝없이 해대는 제 자신을 느낍니다. 이 모든것은 관심과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이런 잔소리도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하시면서 사시면 좋을텐데, 그렇게 하시지 못하는것을 보면 참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저의 잔소리로 이어집니다.




그런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자식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자식이 부모님을 바라다보는 관점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기본 관점이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느꼈을때는 이미 부모님은 연로해지시고 지켜드릴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요즘 들어서 문득문득 느낍니다. 예전에 부모님이 하신 말씀을 잔소리라고 치부하고 왜 지키지 않으면서 화를 냈는지, 왜 부모님의 사랑과 애정이 가득담긴 조언을 잔소리라고 듣기 싫어 했는지..후회를 하지만 이미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습니다.

요즘은 부모님을 향한 제 잔소리가 더욱 많아집니다. 강압적인 강요는 당연히 없지만, 많이 늦었다는 후회와 지켜드릴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아쉬움에 오늘도 전화로 잔소리를 해댔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잔소리도 다 이유가 있고 그 의미가 있다고 하죠. 성인이 되었을때 문득문득 그 잔소리가 그리워 집니다. 철들기 전에 부모님의 잔소리를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부모님의 잔소리를 무조건 거부하려 하지 말고 싫어하지 말고, 그 이유를 곰곰하게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대화로 해결하려고 노력해 보세요.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을때는 이미 부모님은 우리곁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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