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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허리매어 자식교육 시키려는 부모님들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성격 급하죠.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빨리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고 합니다.  그만큼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것이 빨리빨리라는 단어입니다.

사람들 걷는 모습을 보면 항상 무엇에 쫓기듯이 빨리빨리 걷습니다. 저 역시도 무척 빨리 걷습니다. 바쁠때도 있지만 특별히 바쁠때가 없어도, 빨리빨리 걷지 않으면 뭔가 허전합니다. 걸을때 뿐만 아니라 무슨일을 하더라도 항상 빨리빨리 입니다. 초고층 건물들이 뚝딱뚝딱 만들어 집니다. 없었던 건축물이 어느날 갑자기 우뚝 솟아있습니다. 일을 할 때도 윗분들은 항상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삽니다. 방금전에 일을 지시하고 당장 결과를 이야기하는 우스운 이야기는 정말 비일비재 할 정도록 많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더욱 급해지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남에게 뒤쳐지지 않도록 남들보다 더욱 바쁘게 움직입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항상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좋은 결과보다는 당장의 치적을 더욱 중시 여깁니다. 빠른 판단과 빠른 의사결정이 능력있는 지도자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항상 빨리빨리만 외치고 살다보니, 깊은 사고나 창의적인 생각은 항상 뒷전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에서도 아주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사진출처: 세계일보>

예전에 아이들을 위한 영어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교 교육하면서 많은 학부모님들을 상담한 적이 있었습니다.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참으로 가관이었습니다. 한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초등학생 수준의 영어교육을 시키면 무조건 영어를 잘하는 줄 알고 있습니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 미국교과서를 바탕으로 하는 영어를 배우면 미국인들처럼 금방 영어를 하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영어책을 엄청나게 많이 사주면 아이가 그 영어책을 다 읽고 금방따라 하는 것으로 착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영어를 조금 배웠다고 집에서 한국어를 못하게 하고 영어로만 대화를 하려고 하는 부모님들도 있습니다. 심각한 장애만을 초래할 뿐입니다. 아이의 수준에 맞게 정도껏 해야지 빨리빨리 서두른다고 비약적으로 학습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교육은 정직한 것입니다.


영어교육을 포함해서 모든 교육에 조기교육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선행학습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선행학습의 폐해가 계속 지적되고 있지만 과도한 선행학습 열풍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한국경제>


왜 아이들에게 과도한 선행학습을 시키는 걸까요?
이는 앞서 말한 우리 국민들의 빨리빨리 문화와 치열한 경쟁주의 문화때문일 것입니다. 선행학습을 통해서 자녀가 남들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느끼며 흐뭇해 하기도 합니다. 우리아이의 우수성을 선행학습을 통해서 확인하려고 합니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우리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쳐지거나 부족한 것으로 느끼기도 합니다.

이는 부모님들이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과도한 선행학습을 종용하는 것입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심리적 불안감을 느껴 선행학습을 통해 우리아이가 앞서간다는 심리적 자기만족을 느끼는 것입니다. 결국 부모님들의 빨리빨리 근성과 심리적인 안도를 위해 아이들에 과도한 선행학습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취학 전부터 수학 선행학습을 하는 비율은 초등학생이 중학생의 2배, 고등학생의 5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즉 선행학습이 갈수록 보편화되고, 시작 시기도 엄청나게 빨라진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렇지만 선행학습의 결과가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어떠한 연구결과도 없습니다. 선행학습 경험자의 59%는 선행학습으로 인해 학교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합니다. 

적절한 예습은 필요하지만 몇년을 앞당긴 선행학습은 오히려 아이들의 학습능력 발달에 장애만을 초래할 뿐입니다. 남들보다 일찍 배웠다고한들 완벽하게 배울 수는 없습니다. 어설프게 이해하고 학습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수업시간에서는 이미 학습한 내용이라고 등한시 해 버립니다. 결과적으로 과도한 선행학습은 아이들 사고의 확장을 정체시켜 버리는 꼴이 됩니다. 적절한 예습과 선행을 통해 학습흥미도를 고취시키고 자기주도학습을 배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 입니다.


                                           <사진출처: 한국경제>


선행학습뿐만 아니라 우리교육에서의 빨리빨리 문화는 여러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오래 기대려 주지 않습니다. 아이가 대답을 못하면 기회는 바로 다른 아이에게 돌아갑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선생님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다려주는 평균시간은 외국에 비해서 훨씬 짧다는 자료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여유를 가지고 아이의 답변을 기다리며 유도해야 하는데, 선생님조차 너무 바쁩니다. 진도는 나가야 하겠고 가르쳐야 할 것은 산더미 처럼 쌓여있어서 아이의 답변을 느긋하게 기다려 줄 만한 심리적 여유가 부족합니다.

이렇듯 우리사회와 교육 곳곳에 빨리빨리 문화가 널려있습니다. 빨리빨리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문화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일정부분 기여를 한 부분은 분명 있을 것입니다. 외형적으로는 그 결과가 커 보일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언젠가는 부실로 다가옵니다. 아이들 교육도 마찬가지 입니다.

남들보다 진도를 빨리나가도 몇년치 학습을 미리 한다고 잠시 뿌듯해하고 심리적으로 안도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내실이 튼튼하지 못한 교육은 언젠가는 무너집니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매어 못쓰는 것과 똑같습니다. 교육에 있어서 지나친 비약은 없습니다. 교육은 체계와 과정을 통해서 하나씩 완성되는 것입니다.


선행학습은 단기 성적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궁극적인 학업성취도와는 무관합니다. 각종 조기교육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과도한 조기교육으로 심리적동요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심하면 심각한 정서불안과 발달장애 증상까지도 이어집니다. 교육에서 심각한 비약은 기대하지 마시고 정도를 지키는 것이 맞습니다.

절대 바늘 허리매어서 쓸수가 없습니다. 지나친 선행학습은 결국 부모님의 지나친 욕심에서 시작됨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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