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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30 영화하나로 갑자기 도가니가 되어버린 세상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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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하나로 갑자기 도가니가 되어버린 세상

영화 도가니의 열풍이 정말 대단하네요. 저는 영화로는 보지 못했고 책으로만 읽어보았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불쾌하고 찝찝한 기분은 처음이었습니다. 막연하게 해피엔딩을 기대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결론으로 끝나자 당혹스러웠던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솓구쳐 오르는 분노에 치를 떨었습니다.

이 사건은 알다시피 2005년에 발생한 실화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이 탄생했었고 이번에는 영화로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왜 도대체 6년전에는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건이 지금에야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일까요? 당시 PD수첩등에서 방영되어 나름 주목을 받기도 했었지만 잠시뿐이지 금새 잊혀지고 지금과 같은 큰 관심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이어서 공지영씨의 소설이 발표되기도 했지만 역시 아주 큰 관심으로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사진출처: 뉴스한국>

지금이 그때와의 차이점이 무엇일까요?
첫째는 사건이 영화로 재탄생 되었다는 것과 SNS등의 이용이 활발해졌다는 것입니다. 단지 이 두가지의 이유로 과거에 잊혀졌던 사건이 재조명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 인간들은 이성적인 접근과 판단보다는 감성적인 접근에 쉽게 움직이고 동화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정치에서도 요즘 이미지니 브랜드니하는 이슈들이 정책보다 우선이 되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영화라는 이미지를 통해서 유명배우의 연기와 표정에 의해서 6년전의 사건이 재조명되고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영화가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는 처음입니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따른 행동의 힘이 이렇게 막강한지 다시한번 알게되었습니다. 이러한 감성과 이미지의 힘이 악용되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사회고발성 영화를 통해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큰 공감을 얻은 사례는 이밖에도 많이 있습니다. 실미도를 통해 북파공작원의 실체와 인권에 대해서,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한국전쟁희생자 유해발굴에 대해서, 괴물을 통해 주한민군의 환경오염문제에 대해서, 살인의 추억과 그놈 목소리등에서는 흉악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연장에 대해서, 이태원살인사건은 SOFA에서의 범죄인 재판과 인도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 큰 공감을 얻은 바 있습니다.

감성과 정서에 호소하는 영화의 힘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대중의 공분과 공감을 얻었던 사건이나 진실들도 몇달지나면 유야무야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도가니 영화를 보고 흥분하고 분노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당신들이 그동안 장애인들이나 소외받은 계층들에게 어떠한 관심과 보살핌을 주었었는지 곰곰하게 생각해 보라는 비판의 주장도 많습니다. 이성적 주장과 사실에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다가 정서과 감정에 어필되면 관심을 갖다가도 금새 잊고 마는 것이 현재 우리의 현실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다른 영화들의 인기에 비례해서 증가했던 관심이 금새 사라져버린 과거의 사례가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미디어오늘>

정치권을 보면 더욱 가관입니다. 도가니 방지법을 제정한다고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매스컴에 보도하고 있습니다. 유명 정치인이나 정당에서 그리고 공인이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기사가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복지부에서는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해 일제조사에 나섰다고도 합니다. 교과부와 여성가족부는 전국 장애인학교에 대해서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합니다. 교육청에서는 학교폐지를 검토하고 진상조사를 다시하겠다고 합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연일 한마디씩 하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관심과 배려입니다. 그렇지만 씁쓸함 마음을 버릴수가 없네요. 미리미리 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요. 사건이 발생한 그 당시에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은 꼬박꼬박 챙겨가면서 여지껏 뭐하다가 지금에서야 언론플레이를 하는지 참 가관입니다.

사실 오랜기간 잊혀졌던 사건이 지금에 와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극히 비정상적임을 극명하게 대변하고 있기도 합니다. 몇몇 언론을 제외하고는 이 사건을 크게 조명하지도 않았고 그 진실을 파헤치고자 노력하지도 않았으며, 쉬쉬하고 은폐하기에 급급했습니다. 다수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부조리가 정의가 되는 세상입니다.

언론의 지대한 관심에 대책위측에서는 과도한 여론몰이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피해학생들의 제2, 제3의피해가 우려되기도 합니다. 피해자들은 당시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받은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다시금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도가니라는 영화나 책은 우리에게 흥분과 분노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유명연예인의 연기와 목소리는 그러한 흥분과 분노를 더욱 증폭시킵니다. 그렇지만 과도한 흥분과 분노는 오히려 쉽게 잊혀지며 피해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것은 꾸준한 관심입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쉽게 잊혀져가면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사회는 분명 따뜻한 정이 흐르고 있지만, 냄비근성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도가니라는 책을 읽으면서 큰 충격과 분노를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일순간적인 대책과 흥분보다는 꾸준한 관심과 배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한 순간의 분노로만 절대 끝나서는 안됩니다. 언제까지 뒤늦은 분노만 하면서 세상을 살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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