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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09 아빠보다 나이많은 아들의 슬픔 두근두근 내인생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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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보다 나이많은 아들의 슬픔, 두근두근 내인생

아버지와 어머니는 열일곱에 나를 가졌다.
올해 나는 열일곱이 되었다.
내가 열여덟이 될지, 열아홉이 될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 건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뿐이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나는 무럭무럭 늙는다.
내겐 누군가의 한 시간이 하루와 같고
다른 이의 한 달이 일년쯤 된다.
이제 나는 아버지보다 늙어버렸다. <본문중>

갈수록 가을이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벌써 아침저녁으로 살쌀한 날씨에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이런 가을에는 인생이야기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남성작가가 아닌 여성작가가 쓴 소설을 읽으면서 잔잔한 여운과 깊은 슬픔까지도 느껴보고 싶은 계절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욕구를 충분히 채워줄만한 책으로 추천할만 합니다.




대략적인 책의 스토리는, 열입곱살에 아빠와 엄마가 아이를 낳게 되었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조로증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조로증에 걸린 소년의 관점으로 이 세상을 아름답고 슬프게 때로는 삶의 목적에 대해서 곰곰하게 되돌아볼 수 있게 사색적으로 그려갑니다. 확실히 여성 작가의 문체답게 세밀하고 담백하고 신선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여성 작가의 입장에서 남자아이의 시선으로 그려가는 세상이야기를 참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놀랍기도 합니다.

한 없이 슬프다가도 중간중간 독특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웃음을 주는 것  또한 이 책의 재미입니다. 옆집의 장씨 할아버지가 그런 역할을 합니다. 예순이 된 장씨할아버지는 90이넘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장씨할아버지는 항상 90이 넘은 할아버지에게 혼나고 꾸중을 듣는것이 일상이죠. 장씨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60이 넘은 자식이 한없이 아이로만 어리게 느껴집니다.

장씨 할아버지와 주인공인 아름이 둘만의 대화가 참 웃기면서 많은 의미를 줍니다. 할아버지 또 혼났어요?..응...왜 혼났어요?....이번엔 나도 몰라 그냥 혼내니까 혼났어.....할아버지 억울해요?.....응 사실 집에서는 괜찮은데 제발 어린애들 앞에서만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60이넘은 아들과 90이 넘은 아버지의 대화입니다. 이런 대화를 통해서 주인공은 다음의 의문을 갖게 됩니다. 자식은 왜 아무리 늙어도 자식의 얼굴을 가질까?......자식은 이미 늙어서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었다 하더라도 부모님에게는 어린 자식일 뿐입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
국내도서>소설
저자 : 김애란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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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아름이는 사람들이 왜 아이를 낳는것인지에대해 궁금해 하며 그 이유를 찾아가고자 합니다. 아파서 정상적인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아름이는 몇가지 주제를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아가고자 노력합니다. 아름이는 나름대로 이 질문에 대해서 해답을 찾아갑니다.

아름이가 생각한 결론은 사람이 아이를 낳은 이유는..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이 부분에서 참 많은 동감을 했습니다. 누구나 아주 어려서의 일들은 기억못하죠. 그래서 자기를 꼭 닮은 아이를 낳고 그 아이의 생활을 통해서 과거의 모습을 유추해 본다는 것이죠. 아 내가 저런 눈으로 엄마를 봤구나.. 내가 젖을 저렇게 물었구나....자기가 보지 못한 자기를 다시 보는것..부모가 됨으로써 다시한번 더 자식이 되는 것...이것이 사람들이 아이를 낳은 이유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립니다.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이유가 아주 특별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나의 어렸을 적 모습을 다시보기 위해서 그럴 수 있다는 것이죠. 인생이라는 것이 특별한 의미와 목적보다는 아주 작은 이유와 목적에 의해서 시작하고 있으며 그 삶을 살아가는 결국 각자의 몫일 뿐입니다.

이 책은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이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다 보고 있습니다. 아버지보다도 훨씬 늙어버린 아들의 입장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과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와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아름이의 삶은 짧은 삶이고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부모보다 늙어버린 세상..즉 이 세상에서 보통사람들이 겪어볼 수 있는 다른 각도와 시선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며 관조하고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늙어서 나이가 많더라도 우리 부모님에게는 조그만 아이일 뿐입니다. 부모님보다 늙었다고 자식이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자식은 자식일 뿐입니다.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

벅찬 생의 한순간과 사랑에 대한 반짝이는 통찰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뻐” <본문중>

이 책은 이렇듯 부모라는 것, 아이라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있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아이의 입장에서 스토리가 전개되기에 뻔한 결론임을 알 수 있지만 결코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습니다.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는 듯한 표현과 구성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결코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고 오히려 호기심으로 멈추지 못하고 단숨에 책을 읽어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이런 가을에 딱 읽기 좋은 책입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삶의 의미와 소중함 그리고 부모와 자식간의 애틋한 사랑에 대해서 다시한번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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