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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고뇌, 부르면 쌩하고 달려가는 학부모들

맞벌이 부부로서 아이들 키우기가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측면이 있겠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이상 학교행사에 참여를 안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자인 나보다 여자인 아내가 더욱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학기초가 되면 교실은 난리다.
담임선생님의 강제적인 지시는 없다 하더라도 학부모 대표를 중심으로 많은 학부모님들이 아주 열렬하게 학급일에 동참한다.

환경미화, 교실청소 등등 윤이 나도록 교실바닥을 깨끗하게 닦고 또 닦는다.
강제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참여한다.
맞벌이 부부나 사정이 있는 엄마의 경우는 당연히 참여할 수 없지만, 아이를 학교에 맡겼다는 이유로, 회사에 월차나 연차를 쓰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어머니가 참여하므로 혹이 우리아이에게만 어떤 불이익이나 따돌림이 있을까봐 억지로 참여한다. 또한 다른 어머니들이 학급을 위해서 봉사활동 하는데 미안함 마음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많은 어머니들이 순수한 마음에 자발적으로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사실 분위기가 바쁘더라고 꼭 참여하도록 반강제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즉 싫어도 아이를 위해서 참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학교는 학부모들이 배식을 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인데, 우리 아이의 저번 학교에서는 배식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아내 회사 근처에 학교가 있어서 아내는 점심을 굶고 아이 학교에서 배식을 감행했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서있어야 할 경우 나나 아내 둘중에 하나는 지각을 감수해야만 했다. 학급에서 봉사활동에 빠지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으니, 우리집만 빠질 수가 없었다.

2006년부터 학부모들의 급식동원이 금지되었다고 하던데, 사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는 부모님들이 많지 않다. 학교에서 원하고 담임선생님이 요구하면 절대 싫다고 내색도 못하고 움직이는 것이 요즘은 어머니들이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이니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내와 나 둘 모두 회사에 사정이야기를 하고 아이들 수업에 참여한다. 꼭 한참 회사일로 바쁜시간대에 참관수업을 한다. 아이가 잘 배우고 있는지 궁금하니 참여를 안 할 수도 없다. 또 다들 오는데, 우리 아빠 엄마만 없으면 아이가 기죽을 것을 걱정해서 안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아이 학급의 90%의 부모님이 학부모회의의 구성인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100% 회의에 참여는 못해도 많은 어머니들이 수시로 봉사활동을 하고 회비를 걷고 학교와 학급을 위해서 기꺼이 시간할애 육체활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어머니가 참여하므로 참여하지 않으면 괜히 불이익이 있을까봐 참여를 안할 수도 없다. 그런데 그 조직 안에서도 알력이 있고, 봉사활동에 대한 기준과 생각이 달라 편이 갈리고, 각자 거주하는 아파트별로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수시로 탈퇴하고 재가입하고 등등 별의별 일이 많다고 한다. 물론 순수한 봉사정신의 참여하는 분들도 많지만,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욱 많은 것 같다.

참 그런이야기를 아내에게 들으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대부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출처: 경향신문>

오늘 신문을 보니, 맞벌이 부부건 아니건 간에 이러한 문제로 많은 부모님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같다.

교육당국이 2006년 급식 배식에 학부모 동원을 금지하면서 학부모 노동력 차출은 ‘공식적으로’ 사라졌다고 하는데 실제적으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고 보도 하고 있다. 우리아이 학교만 그랬던것은 아닌 것 같다.

청소 봉사부터 시작해 환경미화 봉사, 녹색어머니회, 어머니둥지회, 독서도우미, 어머니봉사단(샤프론 봉사단), 학부모 명예교사, 예절교사, 시험감독 도우미, 급식 검수, 진로교육지도 도우미, 체험학습 도우미, 엄마품멘토링 동아리, 책읽어주기 어머니회, 학습지도 명예교사단(야간 자율공부방 보조), 배려대상 도우미, 학교 홍보활동 도우미 등 학부모 참여 활동은 수십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5월이 되면 스승의날 등 학교 행사가 많아서 엄마들은 더 바빠진다고 하는데.... 참 별의별 봉사활동도 많다~

학기 초에 진행되는 학부모총회는 ‘학부모 노력 동원 스케줄’을 짜는 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보통 담임교사는 나가 있고 학부모 대표가 진행하는데, ‘이걸 다 채우기 전에는 자리를 못 뜬다’는 식의 강압적 분위기에, 참가 학부모 모두들 한두 개씩 봉사 업무를 맡고서야 회의가 끝난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싫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혹시 아이에게 불이익이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아이를 학교에 맡긴 죄로, 학교에서 부르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물론 학부모님들의 자발적 봉사활동과 관심은 학교나 아이에게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 자체를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강제적은 아이다 하더라도 거의 반강제적으로 학부모의 봉사활동을 요구하고 봉사활동 하지않은 사람과 열심히 참여한 사람들간에 암암리에 편이 나뉘고, 맞벌이 부부등에 대한 배려가 전혀없고, 학부모들의 봉사활동은 학교에서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태도의 문제이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실장은 “지금처럼 제대로 된 소통의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학부모 참여만 독려하는 것은 구색 맞추기식 정책의 도구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도우미 금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이 16개 시·도교육청에 ‘학부모 동원 금지 지침을 각 학교에 내린 적이 있는지’ 물은 결과 부산교육청만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한다. 박정옥 부산교육청 교수학습기획과 장학관은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하는 청소 봉사도 한부모가정이나 맞벌이부모의 아이들에겐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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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를 보니 어느학부모가 주장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즉 “당국이 엄격한 금지 방침을 정하고 강력히 대처하지 않는 한, 학교에 와서 눈도장 찍는 엄마들과 이를 이용하는 학교의 공생관계는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범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교육예산 부족도 문제지만,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 없이 모든 것을 학부모 힘을 빌려 해결하려는 당국의 태도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부부도 참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남편인 나보다는 아내의 마음고생이 너무 컸다. 이제 아이가 고학년으로 올라가니 정도껏 형편에 맞추어 가고자 하지만, 아이가 저학년일 경우에는 이럴수도없고 저럴수도 없는 것이 무모의 마음이다. 아이가 그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어떻게든지 시간을 내서 행사나 모임에 참여하고자 하는 부모가 대다수이다. 우리집도 그랬지만......

위의 신문 기사처럼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하는 청소 봉사도 한부모가정이나 맞벌이부모의 아이들에겐 상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학부모들도 학교를 구성하는 당당한 구성원의 하나이자 주체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는 것 만으로 언제까지 약자의 위치에서 죄인처럼 생활해야 한다는 말인가. 죄를 지은것도 아닌데 너무 눈치만 보며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것 같다. 

학부모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는 것 또한 중요할 것 같다. 적절한 교육예산을 확보하지도 않고 부족한 부분을 학부모들에게 강압적으로 채우라는 식은 맞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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