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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으로 가득찬 아름다운 이야기,시줴의 겨울

오래간만에 중국소설을 읽어봅니다. 학창시절 읽었던 중국소설은 문화혁명 등 이념과 이데올로기에 관련된 내용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중국도 개방의 물결에 의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변했으니, 문학이나 예술에서도 이념과 정치에 치우치지 않는 다양한 주제들이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이런 가을에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나 고독한 인간의 존재에 관해 성찰해 볼 수 있는 책들이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특히 타인의 색다른 경험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며 느낄 수 있는, 충분한 감정이입이 될 수 있는 책들이 제격인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택한 책이 바로 시줴의 겨울입니다. 주변의 추천도 있었지만, 을씬년스러운 가을에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판단이었고, 오래간만에 중국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했답니다. 책표지에서 오는 느낌도 무채색의 흑백컬러가 고독한 가을의 씁쓸하고 외로운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선택한 책입니다.

이 책은 가족에 관한 책입니다. 우리 일상의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 어찌보면 너무나 평범한 책입니다. 초반에 헷갈리는 중국식 이름과  너무 평범한 주인공의 이야기로 책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너무 자극적인 소재와 파격적인 이야기에만 익숙해져서 일까요?.....처음에 참 진도나가기 어려운책입니다^^




책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주인공의 삶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너무 평범해서 주인공으로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초반의 지지부진한 스토리를 약간 벗어나면 나도 모르게 책에 흠뻑 빠져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너무도 평범한 이야기지만 진실된 우리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평범함 속에서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평범한 주제이지만 이렇게 집중할 수 있는 나에게 놀랐습니다. 아마도 전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을 소재로 택하고 있어서 공감코드를 자극했나 봅니다.

주인공 시줴의 삶은 어찌보면 평범하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갑자기 심장병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그 소식을 듣고 자살을 하게 됩니다. 고아가 된 시줴는 작은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됩니다. 이렇게 사촌들과 어울려 살면서 특색있는 가족들, 사촌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된 흐름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태어난 순서대로 동서남북으로 붙여집니다. 즉, 동(둥니), 서(시줴), 남(난인), 베이베이(북) 이렇게 4촌지간인 4명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번편은 시줴가 중심이 되어서 이어지는데, 2편과 3편은 각각 다른 4촌이 주인공이 되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즉 이 이야기는 룽청 정씨 가족에 관한 시리즈중에 한편입니다.

이야기가 조용하고 평면적으로 진행되지만, 주인공 시줴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어머니의 자살등 엄청난 큰 시련과 아픔을 지니게 됩니다. 부모님의 비극적인 죽음 자체가 큰 화제일수도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시줴의 내면의 고통을 크게 그려내지 않습니다. 이상하리만큼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당연하게 고통과 어려움을 그려내고 있습니다.고통과 비극에 절대 호들갑스럽지 않습니다. 그러한 아픔이 시줴에게 내재되어 훗날 큰 영향을 끼칠지라도 스토리의 전개는 그저 잔잔하게 이어질 뿐입니다.

주인공인 시줴는 소극적인 인간입니다. 큰 포부와 자신감보다는 열심히 성실하게 그러면서 부정적인 인식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사촌누나 둥니는 적극적이고 모험적인 캐릭터로 살아가며, 사촌동생 난이는 순진하고 애교스러운 소녀의 캐릭터를 지니고 있습니다. 막내 베이베이는 이 소설속에서는 태어나지도 않은 존재입니다. 2편에서 나오게 될 것 같네요..
각자의 개성과 너무 다른 성격을 소유하고 있는 사촌들의 삶과 우정속에서 조용하고 차분하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책의 저자 디안>

이 소설에서 가장 파격적인 부분은 시줴의 여자친구가, 시줴 막내삼촌의 첫사랑이어서 여자친구가 결국 삼촌을 택한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찌보면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쇼킹한 일입니다. 너무 차분한 소설속에서 발생한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서 더욱 반전의 묘미를 가져옵니다. 사촌누나 둥니의 적극적인 성격과 도전정신 그렇지만 훗날 불행을 겪지만, 시줴가 마치 자신의 일인양 묵묵하게 모든것을 받아줍니다.

가족이라는 것이 이런것 같습니다. 서로 미워하고 갈등하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가 돌아가야 할 원천은 가족의 품입니다. 이 소설속에서도 다양한 캐릭터의 가족들이 서로 모여 조화를 이루면서 해체와 결합을 반복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가족간의 사랑뿐만 아닌 인간 본연에 내재되어 있는 증오, 분노, 사랑, 기쁨, 고통 등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것들이 한데 어우려저 모두 표현됩니다.
 
마치 작가의 시선은 이 세상을 초월한 경지에 있는 듯이 인간 내면의 속성들을 잘 표현해 냅니다. 그렇지만 뜻밖에도 이 소설의 작가 디안은 1983년 생입니다. 20대후반인가요? 길지 않은 삶을 살았음에도 인간 삶에 내포되어 있는 본질적인 사랑과 미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데 대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가족이라는 틀속에서, 각 개성있는 인간들이 엮어내는 사랑과 아픔을 그려냅니다. 막장드라마 같은 억지설정이 있기고 하지만, 어떠힌 이슈가 있더라도 이 책에서는 아주 평법하게 그려갑니다. 절대 호들갑을 떨지 않습니다. 그러한 에피소드나 어려움이 특별한 일이 아닌 우리모두에게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일인냥 주인공 시줴의 시각으로 평범하게 그려집니다.


시줴의 겨울
국내도서>소설
저자 : 디안 / 문현선역
출판 : 자음과모음(구.이룸) 2011.10.15
상세보기



어려서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시줴의 시각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황량한 겨울만큼이나 쓸쓸하고 단조롭습니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시줴의 조용하지만 그안에 숨어있는 격렬한 감정속에 빠져들고 맙니다. 자극도 없습니다. 잔인하지도 않습니다.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 입니다. 그렇지만 그 평범함 속에서 우러나는 가족간의 사랑과 분노속에서 나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버리는 다소 설명하기 쉽지 않는 책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겨울처럼 황량하고 차가운 시줴의 시각과 가슴속에서 그의 가족들이  따뜻하게 융화되는 신비로운 과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애타게 만드는 이상한 소설, 작가의 능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가을에 읽어보기 참 좋은 소설입니다.

불편함으로 가득차 있고, 겨울처럼 황량한 느낌이지만, 읽으면서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특이한 책입니다.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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