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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

화제가 되고 있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숱한 화제를 만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미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조만간 일본어판으로도 출간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세계 28개국에 판권이 팔렸으며, 최근에는 이스라엘에서도 출간돼 베스트셀러 2위까지 오르는 등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책입니다.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 상반기 결산(Best of 2011 So Far)에서 편집자가 뽑은 베스트 10에 뽑혔다고 하는 등 세계적인 열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 하더라도 엄마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 그리고 엄마의 조건 없는 헌신적인 사랑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가슴뭉클하게 공감하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과거 치열한 이념과 냉전이 존재하던 시절, 신경숙씨의 시와 같은 소설, 개인적이고 감정과 서정에 호소하는 아름다운 글들은 기존의 이성과 논리에 기반한 딱딱한 책에 익숙한 나로서는 참으로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책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신경숙씨의 아름다운 글들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게 하고,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 있으며 무한한 상상력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흠뻑 느끼게 할 수 있는 보석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만큼 인간이 느끼고 좌절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과 현상을 머리와 가슴으로 같이 느끼고 애타게 만드는 최고의 작가입니다.




이 책은 장편소설이지만, 소설 이라기보다는 마치 긴 시를 읽는 것처럼 끝임없이 여운을 만들면서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워낙 많은 기대를 하면서 책을 읽어서인지 사실 기대보다는 큰 감명으로 다가온 책은 아닙니다. 소재와 주제가 너무나 일상적으로 다가와서 첫 장을 넘기면서 이미 결론까지 그려지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내가 너무나 많은 기대를 해서,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지,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면서 가족과 부모님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
첫페이지를 읽으면서 서두에 압도적이고 강렬한 문장으로 책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생일을 맞기 위해서 서울로 오신 어머니가 행방불명되면서 각기 다른 가족들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가족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뉘우침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누구나 소중한 존재는 그 가치를 인정하기도 힘들며 의식하기도 힘듭니다. 소중한 존재가 나를 떠날 때 그때서야 비로서 그 가치를 인정하고 나를 반성하며 애타게 그 존재를 찾기 마련입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후회가 밀려드는 것입니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엄마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답지만 일생을 살아가면서 그 가치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어머니도 하나의 여자이고 인간이지만 자식과 남편을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하는 그 자체로만 각인 되면서, 자식들은 사랑을 받기만하지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비슷한 생각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소중한 가족과 어머니의 존재에 대해서 후회하며 뜨거운 눈물이 앞을 가릴 것입니다. 이 책은 그렇게 한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어머니를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엄마라는 말처럼 우리의 가슴을 녹이며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게 하는 단어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엄마를 부탁해
국내도서>소설
저자 : 신경숙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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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가 낳은 첫애 아니냐. 니가 나한티 처음 해보게 한 것이 어디 이뿐이간? 너의 모든 게 나한티는 새세상인디. 너는 내게 뭐든 처음 해보게 했잖어. 배가 그리 부른 것도 처음이었구 젖도 처음 물려봤구. 너를 낳았을 때 내 나이가 꼭 지금 너였다. 눈도 안 뜨고 땀에 젖은 붉은 네 얼굴을 첨 봤을 적에…… 넘들은 첫애 낳구선 다들 놀랍구 기뻤다던디 난 슬펐던 것 같어. 이 갓난애를 내가 낳았나…… 이제 어째야 하나...고단헐 때면 방으로 들어가서 누워 있는 니 작은 손가락을 펼쳐보군 했어. 발가락도 맨져보고. 그러구 나면 힘이 나곤 했어. 신발을 처음 신길 때 정말 신바람이 났었다. 니가 아장아장 걸어서 나한티 올 땐 어찌나 웃음이 터지는지 금은보화를 내 앞에 쏟아놔도 그같이 웃진 않았을 게다. 학교 보낼 때는 또 어땠게? 네 이름표를 손수건이랑 함께 니 가슴에 달아주는데 왜 내가 의젓해지는 기분이었는지. 니 종아리 굵어지는 거 보는 재미를 어디다 비교하겄니. ...봐라, 너 아니믄 이 서울에 내가 언제 와보겄냐. - 본문중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이 말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엄마가 죽었다라는 말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다르게 다가옴을 느낍니다. 이 책의 결말에서도 결국 어머니를 찾지 못하고 죽음을 암시하고 있지만,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이라는 전제가 되는 것은 아직까지 엄마를 찾을 수 있고 사랑하며 효도할 수 있는 희망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죽음이라는 단어에서는 주는 한없이 슬프고 후회와 절망감을  주지만, 실종이라는 단어에서 주는 안타까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의미는 확연하게 다르게 느껴집니다.
마찬가지 우리의 삶에서도 사랑하는 부모님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며 어머니에게 사랑하고 효도하라는..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일종의 메시지 처럼 들립니다.

이 책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영문학 교수인 모린 코리건은 엄마를 부탁해를 김치냄새 나는 크리넥스(억지울음을 짜내는) 소설'이라고 혹평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엄마와 떨어져 자라 성인이 된 딸과 엄마의 감정적 단절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애석한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며 "엄마가 비참하면 그것은 항상 남편과 감사할 줄 모르는 아이들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는 미국문화에서 철저히 이질적(completely alien)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이 이렇도록 전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든 이유는 모든이가 공감하는 보편성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엄마라는 존재는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랑과 후회 그리고 눈물과 기쁨이 존재하는 대상입니다. 나 역시도 이 책이 한껏 기대했던 기대이상의 책이 아니었다고 판단되지만, 이 책만큼 현재의 해체된 가족사회에서 따뜻한 사랑과 모성애의 가치에 대해서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글은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책입니다. 뻔한 소재이며 감성에 호소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보이지만 절대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마법같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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