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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개들에게 던져줄 수 없다. 충격실화 도가니

영화 도가니의 열풍이 대단하군요. 저는 아직 영화로는 보지못했고, 최근에 소설책으로 읽어봤습니다. 이 책이 영화화된다는 사실도 모른채 소설책으로 읽어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던 책입니다. 단지 공지영 작가의 팬이라는 이유로 골랐었던 책인데, 현재 우리사회의 이중성과 암울함을 상징적으로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요즘 영화로 인기를 얻고 있고 다양한 이슈를 계속 낳고 있어 대략적인 줄거리는 대부분 알고 있을 듯 합니다. 주인공이 장애인학교에 기간제교사로 부임한 후에, 그 학교에서 암암리에 일어났던 성폭행, 성폭력 사건에 충격을 받고 사회에 알리고자 노력했지만 결국은 기득권세력들의 힘에 눌려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대략적인 줄거리입니다.





신문을 보니, 가해자들은 무죄판결을 받고 일부는 다시 학교에 복직까지 했다고 합니다.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약속한 치유와 보상 등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학교는 여전히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으며 재단법인 ‘우석’은 최근 교명을 바꾸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고 합니다. 이러한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과 영화가 만들어졌기에 더욱 현실감있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는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며 지속적인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많이 논의되는 주제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진정한 정의와 약자들의 인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미 꽉 짜여져 있는 기득권세력들과 권력자들에 의해 이 세상은 철저하게 숨겨지고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가해자인 교장이나 행정실장 역시 철저한 권력과 권위를 바탕으로 약자를 짓누르고 인권까지 유린합니다. 약자들은 철저히 소외당하고 억압받고 파괴당하고 있지만, 어떠한 공권력조차 이들을 보살펴 주지 않습니다. 경찰을 비롯한 모든 공권력까지도 철저하게 가해자들과 연계되어 있어, 진실은 더욱 은페되고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사람이 결국 피해를 보게됩니다.

아직까지 작금의 현실은 소설속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남쪽 도시 무진시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은 우리사회를 대변하는 축소판과 같습니다.
이 책에서 무진시는 안개속에 감추어져 있는 세상으로 자주 표현됩니다. 안개를 통해 바깥세상과 고립되고 소통을 거부하며 모든 진실을 은폐하며 자신만의 성을 쌓고 있는 절대권력의 상징입니다.


절대권력은 철저하게 보호받으며,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열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합니다. 돈과 권력이라는 물질을 미끼로, 그 절대권력 앞에 무릎을 꿇지 않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정도가 아니고 정의가 아니라고 판단을 하더라도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쩌할 수 없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절대권력에게 힘없이 모든 것을 놓아주게 됩니다. 결국 진실은 더욱 은폐되고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찬 사회로 변화하게 됩니다.

이 책에는 현재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 즉 절대권력앞에서 무릎꿇고 비위만 맞추어왔지, 당당하게 비판하지 못하는 우리의 나약함에 다시한번 경종을 주고 있습니다.

이 책과 영화에서는 잠재되어 있는 개인들의 분노와 저항의식을 일깨워 줍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분노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분노가 분노로 끝나서는 절대 안될 것입니다. 나 혼자서는 어쩔 수 없지, 나는 약해서 세상을 바꿀 수 없어라고 생각을 하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집단적인 피해의식이나 방관자적인 생각은 절대권력이 만들어놓은 하나의 덫에 불과합니다. 비록 나 자신의 힘이 약할지라도 그러한 힘이 모인다면 당당하고 떳떳하게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 기반한 SNS등이 발달되어 과거에 비해 훨씬 강력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언론의 과거 기사에서 ‘광주인화학교’ 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어두운 현실이며 우리가 바꾸아야 할 세상입니다.


도가니
국내도서>소설
저자 : 공지영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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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만큼 개운하지 않게 읽은책이 없었습니다. 해피엔딩을 예상하며 긴장감있게 읽어갔지만 결국 권력앞에 무릎꿇을 수 밖에 없었던 결론에 이르러서, 소외받는 약자들의 입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으며, 기득권세력들의 철저한 위선과 허위가 극에 치닫고 있는 현실의 암울함에 치가 떨렸습니다. 추천사에도 쓰여 있듯이, 도덕적 폐허의 시대에 던지는 간절한 메씨지’를 들려주는 뛰어난 완성도를 겸비하고 있는 책입니다.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도처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외면당하는 데도 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있는 것이다. <본문중>

 

“민주화되고 나면 더 이상 이런 일 안할 줄 알았어요. 화가 난다기보다는 뭐랄까요? 견고한 저 성벽이 정권이 바뀐다고 변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예수가 다시 온대도 또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겠구나 싶기도 하구요. 저런 사람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또다시 예수를 죽이겠죠.” <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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