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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사실의 경계선 7년의 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오래간만에 밥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몰입했던 책을 만났다.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물도 아닌데 책을 끝까지 읽을 때까지 팽팽한 긴장감과 호기심으로 절대로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보통 소설이나 영화는 중반부나 초반이 조금 지난 다음부터 다양한 암시와 복선을 통해 긴장감과 호기심의 전초를 흘리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강한 흡입력과 긴장감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보통 소설보다도 분량이 많은 500여 페이지지만 멈춤 없이 한번에 읽을 수 있다.



7년의 밤
국내도서>소설
저자 : 정유정
출판 : 은행나무 201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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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죽여서 호수에 내던지고, 아내를 죽이고, 이웃집 남자를 죽이고, 수문을 열어 경찰관 4명을 죽이고 주민의 반을 죽음으로 몰고간 희대의 살인마...그가 바로 최현수다.

또한 이 세상에서 가정과 가족을 최고로 생각하며, 그의 딸을 죽인 살인마 최현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뛰어난 지능을 바탕으로 7년간을 계획적으로 그리고 철저하게 최현수의 아들을 괴롭혀온..동네유지이자 치과의사인 오영제.......


이 작품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는 액자 소설 형태를 취하고 있다.
첫 번째 파트는 7년 전 우발적으로 어린 소녀를 살해한 뒤 죄책감으로 미쳐가는 사내최현수와 딸을 죽인 범인의 아들에게 ‘복수’라는 장외 정의를 감행하는 오영제의 숨 막히는 대결을 다루고 있다.


또 다른 파트는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굴레를 쓰고 세상을 떠돌던 아들 최서원이 ‘사형집행’이라는 소식으로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과 맞닥뜨리는 데서 시작된다. 아버지의 죽음은 ‘7년 전 그날 밤’으로 소년을 데려가고, 소년은 아직 ‘그날 밤’이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소년의 목에는 여전히 오영제의 치밀하고 계획전인 올가미가 걸려 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모르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도 결국 진실이 아니며, 드러난 사실만 생각하면서 진실을 왜곡하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지도 않는다.
오영제의 딸을 죽인 최현수는 끔찍한 살인자이고, 딸의 죽음을 맞이한 오영제는 이 세상에서 위로받아야 할 피해자인가? 최현수와 최현수의 아들은 평생 살인자라는 낙인을 쓰고 이 세상과 더불어 살 수 없으며, 오영제는 피해자로서 위로받으며 동정을 받으며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가....그게 이 사회의 사실이다.


선한자는 한 순간의 실수만으로도 자신의 잘못을 괴로워하고 자책하면서 스스로 절망과 비탄에 빠지기 쉽지만, 악한자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른체 끊임없이 악행을 되풀이하며 가해자라는 사실도 모르고 스스로 피해자라고 자처한다. 뉘우치지 못하고 반사회적인 이탈행위는 계속 되지만 이 사회는 진실을 모르고 악한자를 피해자로 생각하고 위로하기 바쁘다.
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그 무엇을 가지고 판단을 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일까?
이 세상에는 드러나지 않는 많은 진실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 진실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다.




사실에 입각한 피해자 오영제의 진실은 무엇인가....
언제나 가족이 먼저이고 가정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한 마을의 지주이자 엘리트 인간이다. 그가 생각하는 가족은 언제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하며 그의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서는 안된다.
그는 가족이 늘 최상이라고 생각하므로 그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가족들의 행위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행과 구타로 부인은 그의 곁을 떠나게 되고, 7년 전 그날밤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딸에 대한 구타와 폭행이 이어진다.
아이의 도망은 또 다시 시작되었고..안개가 가득한 밤에 최현수의 실수로 딸은 차에 치여 죽음을 당하게 되고, 오영제의 어긋난 부성애는 최현수와 그의 아들 최서원에 대한 끔찍한 복수심을 야기시킨다.


그렇다면 이 세상 최고의 살인마 최현수의 진실은 무엇인가...

불행했던 과거, 술주정뱅이인 아버지 최상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야구선수로서의 삶도 비참하게 끝을 내고, 어렵게 아내와 서원이와 함께 소시민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꾸려나간다.
7년 전 그날밤, 내키지 않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사건현장에 가게 된 것이 이토록 비참한 결과로 이어질 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늘상 그를 괴롭혀온 아버지의 그늘과 우물 그리고 지나친 콤플렉스와 자괴감으로 그는 단 한번의 실수로 스스로 세상과의 단절을 시도한다.
그에게 씌여진 멍에는 소녀와 소녀의 아버지를 죽이고 그의 부인과 이웃주민을 죽인 이 시대 최고의 살인마로 세상 사람들의 가슴에 남는다. 그렇지만 그가 끝까지 지켜야 하는 단 하나의 존재는 사랑하는 아들 서원이의 존재였다.


결과적으로, 최현수의 실수에서 야기된 이 비극적 사건은, 오영제의 광기에 가까운 복수심으로 오영제에 의해서 최현수의 아내가 죽임을 당했고, 최현수가 보는 앞에서 아들을 죽이고자 했던 광기 어린 계획 때문에 수문이 열리고 마을사람들이 몰살당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세상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무엇인가 희대의 살인마 최현수와 아까운 피해자 오영제만이 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무엇이 진실인가?



                                                         <정유정 작가>

최현수의 부성애와 오영제의 부성애는 똑같은 것인가?

요즘 인터넷을 달구는 상하이 스캔들, 장자연사건, 신정아 4001등 많은 이슈가 있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무엇인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가? 무엇이 선이고 악인가? 끝까지 파헤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속에는 거대한 음모와 애틋한 진실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결말에서 이야기 하듯이,

주인공 현수는 예기치 않는 최악의 상태에서 ‘마지막 남은 공’인 아들 최서원에 대한 강한 아버지로서의 사랑을 놓지 않는다. 죽음과 마주한 최악의 절망속에서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삶은 기어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선한 의지는 결국 성공할 수 있다.

숨겨진 진실 역시 선한 의지가 있다면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단지 최악의 상태에서 그 저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넘기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여러분이라면 저주받은 생을 어떤 타구로 받아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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