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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교육만이 만병통치의 묘약이던가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사회 이야기를 하면, 모든 결론은 교육의 문제점으로 도달된다.
교육이 잘못되어서 사회가 이 모양 이 꼴이라는 논리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논법이다.
공교육은 아니지만 교육을 전공하고 교육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교육은 사회의 부조리를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현 교육의 문제점은 역사적 사회적으로 특정집단의 큰 과오가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이 있다.
만병통치약이란 온갖 만성질환을 고쳐주는 것으로 선전되는 묘약이다.

각종 선거때만 되면 누구나 만병통치약의 역할을 자임할 것이라고 부르짖지만 당선만 되고나면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것이 일반적이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만병통치의 묘약이라고 선전되는 것들이 그 효과가 없음을 알게 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한국사회는 지금 큰 딜레마에 빠져있다.
경제성장률은 정체되어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강대국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아시아의 4마리용에서 이미 잊혀진지는 오래되었다. 경제뿐만이 아니라 사회시스템 전반에 대한 각종 개혁의 물살과 변혁의 흐름, 그 과정에서의 이념싸움도 한참이다.

과거의 급격한 경제발전 속에서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 심각한 양극화현상, 불균형적인 지역발전, 부동산문제, 청년실업증가, 출산율저하, 지능화되는 신종범죄의 증가, 자살률증가, 삶의 만족도 저하, 대학등록금 문제, 국민들의 정치무관심, 치솟는 물가, 치솟는 사교육비, 학벌주의, 지역주의, 가정파괴 등등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 시키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이슈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튀어나올 때 마다 우리는 교육에서 그 원인을 찾거나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물론 100%는 아니다 하더라도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교육문제에서 야기되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유교주의 정신이 아직까지 우리를 지배하고 있고, 과거의 교육이 국가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경험에서 기인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교육만능주의적 사고방식에 빠져있는 국민들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교육이 잘못되었다면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누구를 특별히 편들 마음도 생기지는 않는다.
 현재와 같은 황폐화된 교육 현실은 모두 우리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물론 특정집단의 큰 잘못도 있었지만 우리 자신의 마음에서 기인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 교육학자, 교사, 정책입안자, 교육부장관, 교육관료들, 국무총리, 대통령 그리고 학부모까지... 잘못된 교육은 모두 우리의 책임이다.

그러할진대 사회에서 큰 문제가 생기면 교육이 문제이고 교육을 입안하고 정책을 실현하는 공무원이나 일선현장의 교육종사자들만 몰아붙인다. 바로 자신의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본인이 교육만능주의에 빠져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힐난하고 비판한다.
마치 자기는 교육문제에서는 언제나 자유로운 것처럼 상대방만 비난한다.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카이스트의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카이스트의 징벌적 장학금제도도 문제이고 그를 인식하는 학교책임자도 큰 문제이지만, 일류대만을 목표로 아이를 경쟁으로 몰아붙이고 공부벌레로 양산시킨 일부의 학부모들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개천에서 용나던 시대는 지났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교육을 인생역전의 복권처럼 생각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식의 인생을 부모의 욕심으로 채우고자 하는 분들도 많다. 
현재의 사회적 구조에서 어쩔 수 없다는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하면서 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사회적 시스템은 하나의 요인에서만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사회는 과거보다 훨씬 다변화되었고 보다 융합적으로 엮여있다. 쿤 문제로 지적되는 교육제도는 사회적 틀에서 크게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이 이 사회를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이라면, 만병통치약이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서, 교육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면 교육만능주의의 폐단에서 벗어나야 한다. 70년대 20%의 학생들만 대학을 갔다면 지금은 80% 학생들이 대학을 간다. 사회적 병폐를 인식하면서도 일류대학만 가면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아직도 팽배해있다. 갈수록 아이들의 정서와 마음은 피폐해지고 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라는 식의 논쟁은 더 이상 필요없을 것 같다.
더 이상 교육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물론 교육이 중요하지만 교육만으로 많은 사회적 부조리와 모순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 사회에서도 교육의 중요성은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지만 만병통치약으로서의 기능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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